tag:blogger.com,1999:blog-69469418252105278932024-03-13T13:48:18.902-07:00Korean novelviamedichttp://www.blogger.com/profile/11798501693732897950noreply@blogger.comBlogger2125tag:blogger.com,1999:blog-6946941825210527893.post-39816822746049052382019-10-04T05:43:00.003-07:002019-10-04T05:43:52.444-07:00만월의 약속 (정연주) 10~13장"하루종일 이 곳에 계셨다고 하더이다"<br />
무햐는 무언가를 살피려는 듯 어두운 황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. 화화<br />
는 그녀가 무얼 찾으려 하는지 몰랐지만, 휘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녀가 눈<br />
치챌까 두려워 시선을 제대로 맞출수가 없었다.<br />
"휘문이 그놈이 내가 황녀님을 빼돌릴까 저어하여 일을 만들기가 어렵더이다.<br />
그래도 다른 마을 장로들이 모두 힘을 모았소. 휘문이 돌아오기 전에 이곳을 떠<br />
나시오"<br />
무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화화에겐 전혀 뜻밖이었다. 너무나 놀라 한동안 입을<br />
다물지 못한 채 화화는 무햐를 쳐다보았다. 휘문에게 계속 그녀를 놔주라고 말<br />
했었지만, 화화가 자기를 풀어달라고 접근했을 때 할멈은 고개를 돌리며 휘문만<br />
이 그녀를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. 그녀를 두려워하면서도 휘문만을 감싸는 할<br />
멈의 행동에는 휘문에 대한 깊은 사랑이 숨어 있었다.<br />
"정말... 날 풀어준다는 건가요?"<br />
"그렇소.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떼죽음을 당할거요. 제 아무리 휘문이 용맹하고<br />
지혜롭다 하나, 여자 하나에 미쳐 골짜기에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모를만큼<br />
그아인 인간사에 미숙하다오. 한가지만 약속해 주겠소? 방화촌을, 휘문을 용서<br />
해 주겠다는? 그것만 약조하면 황녀님은 자유요"<br />
"약속해요.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아요. 절대로..."<br />
이번엔 화화도 할멈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. 순박하기 이를데 없는 마을 사람<br />
들을 고발할 생각은 없었다. 돌아가서 아무도 괴롭히지 말라고 말할 것이다. 아<br />
리 황녀라면 그녀의 말을 들어줄 것이다...<br />
"다시는 무등산 근처에도 오지 마시오. 그 어리석은 것이 다시 미치지 않도록<br />
죽기전까지 이곳엔 다시는 오지 마오"<br />
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던 마을 청년들 대신 장로 세명이 어슬렁거리며 기다리<br />
고 있다가 갈색의 건강한 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.<br />
"휘문에게..."<br />
"제가 가르쳐준 길로만 쭉 가시오. 그쪽은 비상로라 휘문은 다른 길로 올거요.<br />
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전에 안전한 곳으로 가시오"<br />
무햐가 굳은 표정으로 망설이는 눈빛의 황녀를 다그쳤다. 장로들도 모두 어두운<br />
얼굴로,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.<br />
화화는 이주동안 휘문과 함께 생활했던 움막을 향해 일별을 던진 후 말에 박차<br />
를 가했다.<br />
난 이제 자유야!<br />
자유야... 황궁으로 돌아가는 거야...<br />
가슴이 벅차 오르는 느낌을 기대하며 화화는 작게 중얼거렸다. 그러나 희한하게<br />
도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.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넓<br />
고,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부유함이 있는 황궁! 그러나 그곳엔 그녀만을 원<br />
하는 이가 없었다...<br />
"봤지? 그들이 혼비백산해 떠나는 모습을... 하하, 황군은 모두 어리석은 놈들이<br />
야. 무등산의 무자도 모르면서 무작정 들어오더니 꼴 좋다. 휘문의 작전이 그대<br />
로 맞았잖아?"<br />
"역시 휘문이야. 휘문의 예상대로였잖아? 숫자만 많은면 단가? 머리도 없는것들<br />
이..."<br />
휘문과 함께 젊은 전사들은 자신들보다 몇십배는 될 것 같은 황군을 무찌르고<br />
돌아오는 길이었다. 뜻밖의 기습에 놀란 녹색무리들은 달아나느라 바빴다. 산의<br />
중턱까지 다다른 그들은 산아래까지 쫒겨나 당분간 얼씬도 하지 못할게 분명했<br />
다. 전사들은 지난 번 패배를 정확히 설욕한 기쁨에 들떠 어두운 휘문의 얼굴을<br />
보지 못했다.<br />
휘문은 생각보다 많던 황군과 그들의 수장이라는 자가 황녀를 찾기 전까진 포<br />
기하지 않겠다고 소리치던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. 무햐의 말처럼 다른 황족의<br />
물건을 훔쳤을때완 이번은 판이하게 달랐다. 휘문은 다른 이들처럼 그들이 그리<br />
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예감을 받았다.<br />
젠장... 화화는 내거야!!!<br />
복잡한 생각은 질색이다. 싸움외의 어떤 것에도 휘문은 깊게 생각하는걸 싫어했<br />
다. 화화를 좋아했고, 이미 그녀는 그의 여자가 되었다. 그녀가 과거에 황녀의<br />
신분이었다는 건 상관없었다. 만약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모두 죽이면 그뿐...<br />
그렇지만 무햐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. 화화를 가지고, 마을 사람들을 살<br />
리는 방안을 생각해야 했다.<br />
화화는 말고삐를 잡고 말이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주의하면서 숨을 죽이고 있<br />
었다. 이길로는 오지 않는다던 할멈의 말과는 달리, 할멈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<br />
휘문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. 그나마 그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아니었다면,<br />
화화는 정면으로 그들과 마주칠 뻔했다.<br />
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이제는 화화가 숨어있는 나무 풀 숲에서 채 몇 미터 떨<br />
어지지 않은곳에 그들이 나타났다.<br />
화화는 숨어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채 자기도 모르게 눈으로 휘문의 모습을<br />
쫓았다. 부처님이 그녀의 기원을 들어주었는지 다행히 휘문에게 겉으로 드러난<br />
상처는 없어 보였다.<br />
"빨리 가자"<br />
"하하, 새각시를 얻더니 몸이 달았구나. 휘문, 그래 얼마나 좋았지? 황녀는 무척<br />
예쁘던데..."<br />
휘문과는 동갑인 서융이 짖궂게 질문을 던지자,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전사들도<br />
휘문을 놀리기 시작했다.<br />
"부러우면 너희도 각시를 얻어. 하지만, 화화는 내거니까 눈독들이면 가만히 안<br />
둘테다"<br />
"으구, 저거 완전히 여자한테 미쳤다니까..."<br />
서융이 장난스레 말을 받았다 휘문이 정색을 하자 움찔하고는 시선을 피했다.<br />
화화는 멀어져가는 휘문을 바라보며 가만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. 그가 자기를<br />
알아보았다면, 혹시나 말이 움직여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면... 그러나, 어둠이 깔<br />
리기 시작한 숲속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. 그들은 화화가 근처에 숨어있다<br />
는 것도 모른채 말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.<br />
<br />
<div class="separator" style="clear: both; text-align: center;">
<a href="https://1.bp.blogspot.com/-FwzEHyxT4II/XZc-eBedwGI/AAAAAAAAAAc/WgLYj6PwVdMg6Ze-J_VVHa_G0UTIr7F6QCLcBGAsYHQ/s160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-_51_-croppng728.jpg" imageanchor="1" style="margin-left: 1em; margin-right: 1em;"><img border="0" data-original-height="906" data-original-width="871" height="320" src="https://1.bp.blogspot.com/-FwzEHyxT4II/XZc-eBedwGI/AAAAAAAAAAc/WgLYj6PwVdMg6Ze-J_VVHa_G0UTIr7F6QCLcBGAsYHQ/s32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-_51_-croppng728.jpg" width="307" /></a></div>
<br />
<br />
11<br />
<br />
"휘문! 휘문!"<br />
휘문을 부르는 목소리가 그녀의 목소리일까! 화화는 멀어져가는 휘문을 자기도<br />
모르게 부르고 있었다. 숨어있던 나무 숲에서 빠져나와 손까지 흔들며 그가 돌<br />
아봐주길 바랬다.<br />
"화화?"<br />
어디선가 사람소리가 나자, 전사들은 흠칫하며 소리가 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.<br />
그러나 이미 휘문은 화화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.<br />
화화는 자기 곁으로 달려오는 휘문을 보며 깨달았다. 더 이상 자유는 필요하지<br />
않다는 것을... 휘문의 곁이 바로 그녀가 있을 곳이었다.<br />
"휘문!"<br />
말에서 뛰어내리는 휘문에게 달려간 화화는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. 넓고 단단<br />
한 가슴. 심장과 심장이 조화를 이루며 뛰는 소리...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 극<br />
락이었다.<br />
"내게서 달아날 생각을 하다니..."<br />
극적인 상봉이 지나자, 휘문은 무섭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. 마을을 벗어나 숲속<br />
에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뿐이었기 때문이었다.<br />
"하지만, 달아날 수 없다는걸 깨달았어. 난 이제 휘문거야. 너의 말처럼 너의 각<br />
시니까 영원히 너랑 함께 할거야"<br />
화화는 그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. 비록 그녀를 납치해 왔지만, 그를 선택한<br />
것은 그녀 스스로의 의지였다. 휘문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.<br />
"널 사랑해"<br />
배시시 웃어보이는 화화를 보고 휘문은 언제 화가 낫냐는 듯이 스르르 풀어져<br />
버렸다.<br />
어릴 때 기억하던 어미같이 아름답고 예쁜 향기가 나는 나의 각시.<br />
그녀는 휘문을 사랑한다고 했다. 그리고 휘문은 처음부터 그녀가 자신의 운명이<br />
될 것을 알고 있었다.<br />
"마을을 떠날거야. 우리가 떠나고 나면 황녀를 데리고 휘문이 달아났다고 소문<br />
을 내도록해. 그러면 황군들도 무등산에서 떠날거고, 방화촌은 다시 평화를 찾<br />
게 될거야"<br />
휘문은 싸움이 끝나면서 생각했던 계획을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털어놓았다.<br />
웅성거리는 소리속에서 반대의 말이 흘러나왔지만, 무햐가 그들을 진정시켰다.<br />
"휘문이 황녀와 함께 있으려면 마을을 떠나는게 당연한거다. 그는 우두머리로써<br />
마을의 안전을 생각한거야"<br />
"그래도 안돼. 휘문이 방화촌을 떠나는 건 싫어"<br />
혜류가 벌떡 일어나 휘문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. 화화에게 소리를 지르고 휘문<br />
만큼이나 천방지축이던 소녀가 휘문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. 휘문은 그런 혜류<br />
를 품에서 때어내 공중으로 번쩍 들어올렸다.<br />
"너가 조금 더 자라면 방화촌의 수장이 되겠지? 내가 직접 가르쳤으니, 방화촌<br />
제일의 칼솜씨를 지니지 않으면 이 자랑스러운 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거야.<br />
마을을 너에게 부탁한다, 혜류"<br />
하룻밤만에 그는 무척 어른이 된 듯 했다. 항상 강아지처럼 찰삭 달라붙던 혜류<br />
를 귀찮아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. 화화는 휘문과 혜류에게서 흐르는 그들<br />
만의 정을 보았다. 처음으로 화화는 질투가 무엇인지 알았다.<br />
"간다. 잘있어. 모두들 잘 지내라고... 황제가 싫증을 내면 그땐 예쁜 아기랑 같<br />
이 돌아올게"<br />
"휘문! 꼭 돌아와야 해. 나, 최고의 검사가 되어 있을거니까. 꼭!"<br />
혜류와 다른이들의 눈물어린 배웅을 맞으며 화화는 휘문의 품에 안겨 마을을<br />
떠났다. 늙은 무햐가 마을 입구에 서 있다가 휘문과 화화에게 축복해 주었다.<br />
휘문은 어미와 같은 존재였던 무햐를 버리고 떠나는 것이 마음이 아파 더 장난<br />
스럽게 소리치며 말을 급하게 몰아 마을을 벗어났다.<br />
화려한 궁을 버린 자기에 비해 사랑이 충만했던 방화촌을 버린 휘문의 희생이<br />
더욱 컸음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.<br />
"휘문..."<br />
"이제 우리 둘만 있는거야. 하늘 아래 오직 둘뿐이다. 널 사랑해..."<br />
"휘문..."<br />
그가 왕이라고 자신있게 외쳤던 무등산을 떠나 어디로 향할지는 둘다 몰랐다.<br />
그렇지만 화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. 휘문과 함께 있는 이상, 그녀에겐 세<br />
상이 모두 그녀것인 듯 안전하게 느껴졌고 행복했다.<br />
무등산을 떠난 그들은 이름모를 산에 숨어들었고, 휘문은 짐승을 사냥하고, 화<br />
화는 서툰 바느질을 시작했다. 힘들고 고된 생활이었지만, 화화는 너무나 행복<br />
했다. 한달동안 그들은 서로에게만 열중했다. 적막한 산속에서 사람이라곤 단<br />
둘밖에 없었다. 그러나 둘 다 외로움의 한조각도 만지지 못했다.<br />
낮에 사냥해온 짐승을 요리해 먹고나면 휘문은 피리를 불었고, 화화는 그의 품<br />
에 안겨 그의 따뜻한 체온을 느꼈다. 더 이상 휘문의 피리소리는 구슬프지 않았<br />
다. 그의 피리소리엔 사랑과 안정된 충만함이 가득했다. 그의 음악은 화화를 따<br />
뜻이 위로해주는 애무의 손길과 같았다. 피리 소리만으로도 화화는 흥분되어 휘<br />
문의 품으로 파고 들었고, 그러면 휘문도 피리를 내던지고 그녀를 기꺼이 끌어<br />
안았다.<br />
둘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. 하늘아래 서로만이 그들에게 필요한 전부였다.<br />
휘문은 한달만에 둘만의 은신처에서 산의 아래턱에 위치한 마을로 내려왔다. 화<br />
화에게 예쁜 비단옷을 사 주고 싶어 '호란'을 붙잡아 끌고 내려온 것이다. 산짐<br />
승의 왕이라는 '호란'의 껍질이라면 화화가 원래 입고있던 것만큼은 아니더라도<br />
좋은 비단옷을 살 수 있을 터였다.<br />
그런데, 막 껍질을 팔고 화화에게 사줄 예쁜 노란색 비단옷을 사가지고 나오는<br />
데, 가게에 앉 아 있던 중년 남자 셋의 대화가 휘문의 발을 사로잡았다.<br />
<br />
<div class="separator" style="clear: both; text-align: center;">
<a href="https://1.bp.blogspot.com/-MqFWtaMvJt0/XZc-hJkWVEI/AAAAAAAAAAg/_VQ9a2qCFX4Vc8q7YybQrDLxDghQxPHigCLcBGAsYHQ/s160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-_50_-croppng880.jpg" imageanchor="1" style="margin-left: 1em; margin-right: 1em;"><img border="0" data-original-height="991" data-original-width="893" height="320" src="https://1.bp.blogspot.com/-MqFWtaMvJt0/XZc-hJkWVEI/AAAAAAAAAAg/_VQ9a2qCFX4Vc8q7YybQrDLxDghQxPHigCLcBGAsYHQ/s32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-_50_-croppng880.jpg" width="288" /></a></div>
<br />
12<br />
<br />
"자네, 소식 들었나? 무등산의 방화촌무리가 기어이 잡혔다네... 마을은 모두 불<br />
타고 살아남은자 겨우 백여명 남짓하다네... 쯧쯧, 그 마을 우두머리가 황녀를<br />
잡아갔다고 하더니, 황제의 노여움이 하늘까지 뻗친 모양일세"<br />
"에구, 천벌 받을놈. 감히 제까짓게 뭐라고 감히 하늘같은 황녀를 잡아가?"<br />
곰방대를 내리치며 두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, 잠자코 있던 다른 한 사내<br />
가 끼어들었다.<br />
"그럼 잡힌 무리들은 어찌될까?"<br />
"아, 어찌 되긴... 모두 사형이지. 우두머리는 도망갔다고 하니, 다른 놈들이라도<br />
죽여야 황제의 노여움이 좀 가시지 않겠나?"<br />
사내의 질문이 어리석다는 듯 처음 말을 꺼낸 남자가 재빨리 되받았다.<br />
"어디요? 그들이 어디 잡혀 있다는거요?"<br />
휘문은 비단옷을 움켜쥐고 다짜고짜 그들에게 물었다. 자기의 가족들이 모두 잡<br />
혀있다니... 황녀와 함께 떠난이상 그들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었다. 그런데...<br />
"어디요?"<br />
휘문이 무서운 얼굴로 다그치자 세명의 중년사내가 두려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<br />
보았다. 어깨가 떡 벌어진 호탕한 얼굴의 청년이 일그러진 얼굴로 쏘아보니 마<br />
치 '호란'을 만난 듯 했다.<br />
"그...그게... 저 화소거리에서... 일주일 뒤 사형에 처한다는게요. 혹시, 황녀가 돌<br />
아오면 그들을 풀어준다는 얘기도 있더이다"<br />
사내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. 말을 하면 할수록 휘문의 눈에서 푸른<br />
섬광이 거세게 쏘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.<br />
"휴우..."<br />
휘문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훌쩍 사라져 버리자 그제서야 사내가 안도의 한<br />
숨을 쉬었다.<br />
"허어... 저 젊은 녀석이.. 그래, 웃어른도 모르고 다짜고짜 사람을 다그쳐? 요즘<br />
젊은 것들이란..."<br />
두려운 기색을 들킨 것이 어색했던지 휘문이 사라지고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<br />
이지 않자, 그제서야 사내는 다른 두 사내에게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. 그러나<br />
다른 두 사내 역시 휘문에게 겁을 먹었기 때문에 그의 뒤늦은 허풍은 아무런<br />
효력을 얻지 못했다.<br />
"방화촌 도적떼 우두머리가 아직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라고 하던데..."<br />
"엥?"<br />
세 사내는 다시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주위를 황급히 살피다, 서로 얼버무리듯<br />
인사를 하고는 걸음마 나 살려라 하며 제각기 집으로 달려갔다.<br />
방화촌 도적이라면 홍화 제일의 도적떼로, 주로 귀족이나 부호들을 대상으로 했<br />
지만, 눈을 떠있을 때 코를 베어갈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고 했다. 하물며 우<br />
두머리라면 그들을 감쪽 같이 죽여버릴 수 있는 실력이었다.<br />
그들은 영문을 몰라하는 아내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방금 만났던 어린 녀석을<br />
잊어버릴려 노력했다. 얼마나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으면 감히 홍화의 천<br />
자, 황제의 딸을 훔칠 생각까지 했겠는가!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난 사실에 부처<br />
님의 자비에 대고 감사했다.<br />
"싫어, 난 안가"<br />
화화는 입술을 깨물며 휘문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.<br />
<br />
13<br />
<br />
점심나절까지만 해도 너무 행복했던 화화였다. 그를 생각하며 이제 제법 익숙해<br />
진 요리와 바느질로 시간을 때우고, 그의 피리를 소중히 닦았었다. 그런데, 항상<br />
웃음이 떠나지 않던 휘문이 심각한 얼굴로 들어서면서 보퉁이를 내던지자 마자<br />
그녀에게 짐을 싸라고 한 것이다.<br />
휘문이 마을에 내려가 들었던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음에도 화화는 고개를 흔들<br />
었다. 자신을 환영해주고 두려워할 줄 몰랐던 마을 사람들이 그와 그녀 때문에<br />
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한 것은 너무나 충격이었다. 그들의 고통과 희생을 생각하<br />
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. 그렇지만, 17년을 살아오면서 이제야 겨우 잡은<br />
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. 그녀를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었다.<br />
휘문의 말대로 그녀가 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휘문은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.<br />
화화는 그가 죽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. 또한 그가 죽는다고 해서 방화촌<br />
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.<br />
이번일은 화화를 걱정한 아비의 행동이라기 보다 감히 황제의 권위에 도전한<br />
자들에 대한 응징이라고 볼 수 있었다. 한때 황후가 살아있을땐 꽤 다정한 황제<br />
였을지 모르지만, 지금의 황제는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하는 여자<br />
를 잃은 외로움으로 인해 고집스런 늙은이로 변해 있었다. 그는 누구도 자신의<br />
권위에 도전하는 자를 그냥 놓아둘 자가 아니었다.<br />
"난 여기에 있을거야. 그들은 우리가 가도 살아남을 수 없어. 휘문, 제발..."<br />
한번만 눈 감으면 되었다. 이렇게 귀막고 눈막고 있으면 그들의 죽음을 잊을 수<br />
있을지도 모른다.<br />
그러나, 눈물을 흘리며 그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화화의 손을 그가 거칠게 떼어<br />
냈다.<br />
"난 간다. 그들은 내 형제요, 내 가족이야. 나의 행동 때문에 그들을 죽게 할 순<br />
없어"<br />
"그럼, 나도 같이 가. 나도 도우면 되잖아? 하지만, 내게 궁으로 돌아가라고만<br />
하지 말아줘"<br />
화화는 그의 단단한 가슴팍안으로 뛰어들며 축축해진 볼을 그의 가슴에 대고<br />
비볐다.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. 그가 그들을 외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옆에<br />
서 그와 함께 죽는 것이 더 나으리라. 그녀는 그들이 돌아가면 살아남을 수 없<br />
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.<br />
"너가 황궁으로 돌아가야만 해"<br />
"그는 널 살려두지 않을거야. 내가 궁으로 돌아가고 너가 스스로 잡혀들어가도<br />
방화촌 사람들을 놓아주지 않을거야"<br />
"나도 알아. 그래, 결국 개죽음을 당하겠지..."<br />
휘문이 그녀를 그의 품에서 떼어내어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. 그의<br />
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.<br />
"내게 계획이 있어. 너도 잘 알지? 내가 싸움에 있어선 거의 천재라는 것을...<br />
그들을 살려내고 나도 살수 있는 계획이 있어. 그러니까, 넌 궁에 가서 기다리<br />
고만 있으면 되는거야"<br />
"바보... 궁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? 너는 궁에 들어올 수 없어. 내가 있는 월궁<br />
근처에도 오지 못할거야"<br />
그는 바보다. 그는 황제의 무서움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황제<br />
가 살고 있는 궁의 웅장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. 7남 11녀의 자식을 둔<br />
그가 자식들이 각각 살고 있는 궁을 제외하고도 몇 개의 작은 궁들을 가지고<br />
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. 황제의 전각에서 떨어져 있는 '월궁'이 어디에 붙어<br />
있는지 조차 그는 알지 못했다.<br />
"싫어. 차라리 너의 옆에 있을래. 난 궁에 돌아가지 않겠어"<br />
어린아이같고 단순한 휘문은 화화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, 그녀가<br />
왠만큼 노려보면 그녀의 행동이 비록 자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<br />
볼을 불룩하게 한채로 그녀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었다. 그러나 이번엔 아무리<br />
눈물을 흘리고, 또 그를 위협해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.<br />
"그래, 만월... 보름달이 뜨는 날 널 훔치러 들어갈거야. 예전에도 널 훔쳤듯이<br />
이번엔 그 대단하다는 하늘의 천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널 훔칠거야. 그리고 나<br />
서는 방화촌 사람들을 안전한 곳에 정착시키고 우리는 다시 단둘이 되어 달아<br />
나는 거야. 이번엔 정말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자. 하늘과 땅이 하나<br />
인 곳, 저 신비한 가이아의 땅으로 달아나자"<br />
휘문은 홍화의 바다 건너, 저 전설의 땅 가이아 이야기를 꿈을 꾸듯 몇 번 말한<br />
적이 있었다.<br />
신비한 여신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. 배고픔과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땅...<br />
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었다. 아무도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지<br />
못하는 땅!<br />
"싫어"<br />
화화는 그가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것에 동의한 것만으로도 자신은 최선<br />
을 다했다고 생각했다. 궁에서 휘문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. 그곳에 들어<br />
가면 다시는 휘문을 만나지 못할것이 뻔했다. 혹여 휘문이 죽었다고 해도 소식<br />
조차 알 수 없을만큼 궁은 넓고 깊었다.<br />
"보름달 뜨는 날, 꼭 널 데리러 갈게... 나, 휘문이 언제 약속을 어긴 것 봤어?<br />
휘문은 약속을 지킨다. 만월의 밤에 널 데리러 갈거야. 넌 내 각시니까"<br />
가슴에 주먹을 두드리며 그는 자랑하듯 화화에게 예전의 말투를 꺼냈다. 그러나<br />
그의 눈빛에도 어쩌면 마지막 이별이 될지 모른다는 슬픔과 두려움이 깔려있음<br />
을 화화는 알았다.<br />
"만월에... 가장 날이 밝은 그날 널 데리러 갈거야. 약속해"<br />
화화는 더 이상 그를 말릴 수 없음을 알았다.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. 그의 가족<br />
이자, 형제인 마을의 순박한 이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. 그리고 그<br />
녀가 그를 따라다니면 방해밖엔 되지 않을게 분명했다.<br />
화화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음을 알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. 만약 그녀가 계<br />
속 고집을 피 우면 어떻게 하나 하는 내심의 두려움을 안은채 긴장하고 있던<br />
휘문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.<br />
"날 꼭 데리러 와야 해. 만월에... 나 기다릴테니까..."<br />
"물론! 넌 휘문의 각시니까, 내가 꼭 데리러 간다"<br />
이번엔 휘문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. 그는 정면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<br />
다. 화화는 믿었다. 그가 반드시 그녀를 데려오리라는 것을...<br />
"나, 안아줘. 지금..."<br />
아직 해가 완전히 저물지 않아, 움막안은 희미한 그림자만 드리워졌을뿐 사랑을<br />
나누기에는 밝았다. 그러나 화화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지금, 그의 품<br />
에 안겨 자신이 살아있음 을, 그가 그녀 곁에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. 그리고 휘<br />
문이 다가왔다. 절망과 희망의 갈림길 속에서 그들은 그 어느때보다 더 뜨겁게<br />
타올랐다.<br />
<div>
<br /></div>
viamedichttp://www.blogger.com/profile/11798501693732897950noreply@blogger.com0tag:blogger.com,1999:blog-6946941825210527893.post-8073350957235436912019-10-04T05:42:00.002-07:002019-10-04T05:42:37.190-07:00만월의 약속 (정연주) 8장-9장"무슨 일이야?"<br />
<br />
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휘문이 화화를 말에서 내려주고는 곧장 무리에게<br />
다가갔다.<br />
<br />
"황녀 때문이다. 내가 경고했지? 황녀를 돌려주지 않으면 이곳이 피로 물들게<br />
될거라고..."<br />
<br />
무햐가 나와 불길한 예언을 하듯 무겁게 소리를 질렀다. 그러나 휘문은 무햐의<br />
말에는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갔다. 화화도 재빨리 사람들의 화<br />
난 시선을 피하기 위해 휘문의 곁으로 다가갔다.<br />
<br />
<div class="separator" style="clear: both; text-align: center;">
<a href="https://1.bp.blogspot.com/-ZPgJa5JkBeE/XZc-GA5Iq7I/AAAAAAAAAAM/jycoJb3PMgcsDulp4xNc_iwdtuMsskv3gCLcBGAsYHQ/s160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%2B%252817%2529-crop.jpg" imageanchor="1" style="margin-left: 1em; margin-right: 1em;"><img border="0" data-original-height="731" data-original-width="557" height="320" src="https://1.bp.blogspot.com/-ZPgJa5JkBeE/XZc-GA5Iq7I/AAAAAAAAAAM/jycoJb3PMgcsDulp4xNc_iwdtuMsskv3gCLcBGAsYHQ/s32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%2B%252817%2529-crop.jpg" width="243" /></a></div>
<br />
<br />
"악"<br />
<br />
화화는 너무도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. 대여섯명<br />
의 사람들이 땅에 쓰러져 있었는데, 그중 두세명은 이미 죽은 듯 보였다. 나머<br />
지 신음을 흘리며 누워있는 사람들의 팔, 다리에선 붉은 피가 계속 흘러내렸고,<br />
'시무'로 보이는 사람이 그들을 치료하고 있었다.<br />
<br />
"휘문! 황녀를 돌려주어야 한다. 산 아래에 녹색의 물결로 가득찼다. 황군이 몰<br />
려왔어"<br />
"그게 말이 돼? 지금까지 우린 몇 번이나 황족들의 물건을 강탈했어. 그리고 그<br />
들은 분개해서 군대를 보냈지. 하지만 우린 언제나 그들을 물리쳤다구"<br />
<br />
마을의 장로중 한명인 햐료가 무햐와 함께 휘문에게 황녀를 돌려보내라고 말하<br />
자, 휘문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. 황녀탓에 이렇게 당한 것이 아니다. 그가 그들<br />
과 함께 갔다면 이렇게 당하고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. 휘문은 자신이 있었다.<br />
황녀는 절대 뺏기지 않을 것이다.<br />
"바보같은 고집 피우지 말고 황녀를 돌려줘. 황녀도 돌아가고 싶을 거 아니냐?"<br />
"말도 안되는 건 할멈이 더 해. 화화는 이제 돌아가길 원하지 않아, 그렇지?"<br />
무햐를 노려본 후 휘문은 자신있게 화화에게 향했다. 이제 그의 여자가 된 화화<br />
가 그의 곁을 떠나고 싶어할 리가 없었다.<br />
그런데...<br />
화화는 눈을 반짝이며 동의하기 원하는 휘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. 그의 질문에<br />
대답할 수가 없었다. 그녀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갈 수 없었다.<br />
"화화? 왜 말을 안하지? 너와 난 가시버시를 맺었잖아? 넌 돌아갈 수 없어"<br />
휘문은 놀란 듯 했지만, 그의 간절함이 깃든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화화는 대답<br />
하지 않았다.<br />
<br />
"가시버시라고?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? 그럼 혜류는 어떡하고?"<br />
<br />
무리속에 끼어있던 혜류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휘문의 곁으로 다가왔다.<br />
"혜류가 휘문의 각시가 되어야해"<br />
혜류는 화가 나 씩씩대며 휘문을 노려보았다. 그러나 휘문의 시선은 고개를 숙<br />
이고 있는 화화에게 멈춰있었다.<br />
"설마, 황녀님을 강제로 욕보인건 아니겠지? 여자에게 그런 짓을 하면 천벌을<br />
받는다고 했던걸 잊은게냐?"<br />
가만히 보고만 있던 무햐가 휘문의 곁으로 다가와 예의 지팡이를 휘두르려 하<br />
자, 휘문이 재빨리 지팡이를 빼앗아버렸다. 그는 무척 화난 듯 했다.<br />
"황녀는 휘문의 각시다. 그러니 아무도 빼앗지 못해. 황군들따위 이 휘문이 쫓<br />
아버리겠다. 그들이 방화촌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겠다"<br />
휘문의 우렁찬 목소리가 마을에 울려퍼지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.<br />
"휘문 말이 맞아. 우리가 황군따윌 언제 무서워했어? 무등산에선 우리가 왕이<br />
다!!!"<br />
"맞아, 휘문이 최고다!"<br />
그러나 곧 잠시후 휘문 또래의 남녀가 휘문의 말을 그대로 따르며 소리를 지르<br />
기 시작했다.<br />
방화촌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황족의 무서움을 몰랐다. 그<br />
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마을의 장로들만이 안색이 흑색으로 변했다. 하지만, 휘<br />
문과 다른 사람들을 말릴 힘이 그들에겐 없었다.<br />
"흥? 휘문의 각시가 되었단 말이지? 그래도 아이는 가지지 않았겠지?"<br />
고작 열다섯된 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지만, 화화가 얼굴을 붉히는 것<br />
과는 대조적으로 혜류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. 그녀는 원망이 가득 담긴 시<br />
선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.<br />
"휘문의 아이는 내가 나을거야. 나도 이제 곧 여자가 된다고 했어. 그러면 휘문<br />
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거야"<br />
"너가 아무리 자라도 너한테 관심 가지지 않아. 내 여자는 화화뿐이다"<br />
언제 나타났는지 불쑥 나타난 휘문이 혜류를 한손으로 들어올리더니 멀찍이 던<br />
져버렸다. 다행히 혜류는 안전하게 착지한 다음, 혀를 내밀고는 사라져 버렸지<br />
만, 화화는 어린아이같은 막무가내의 휘문이 자신과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을<br />
생각하고 있었다.<br />
<br />
<div class="separator" style="clear: both; text-align: center;">
<a href="https://1.bp.blogspot.com/-HEEm5H8kOWM/XZc-Jq7bsGI/AAAAAAAAAAQ/fIJKjIggA387L8oqBTR_V5qXDAOSjWbTgCLcBGAsYHQ/s160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%2B%252815%2529-crop.jpg" imageanchor="1" style="margin-left: 1em; margin-right: 1em;"><img border="0" data-original-height="911" data-original-width="577" height="320" src="https://1.bp.blogspot.com/-HEEm5H8kOWM/XZc-Jq7bsGI/AAAAAAAAAAQ/fIJKjIggA387L8oqBTR_V5qXDAOSjWbTgCLcBGAsYHQ/s320/%25EB%258B%25A4%25EC%259A%25B4%25EB%25A1%259C%25EB%2593%259C%2B%252815%2529-crop.jpg" width="202" /></a></div>
<br />
9<br />
<br />
그에겐 혜류같은 여자가 더 어울렸다. 벌써 방화촌에서 2주나 지냈지만 화화는<br />
아직도 '마르'에 익숙해질 수 없었고, 땅바닥에서 남들과 같이 밥을 먹는 것도<br />
불편했다.<br />
처음으로 배고픔을 느껴보았던 화화는 그것이 병마나 악귀보다 더 무서울 수도<br />
있다는 것을 알았다. '마르'를 먹이기 위해 휘문은 이틀동안 화화에게 그외의<br />
음식을 주지 않았고, 화화는 결국 자존심을 눌렀다. 그것은 그녀에게 너무나 큰<br />
충격이었다.<br />
휘문은 점점 불어나는 마을 사람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작하는 '<br />
마르'의 양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. 외부인이 결코 들어올 수 없는 험한 산<br />
지의 골짜기에는 곡식이 자랄 땅이 없었고, 그들은 2대에 걸쳐서 겨우 땅을 만<br />
들었다고 했다.<br />
화화는 생각보다 순박한 사람들이 그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보통 사람처럼<br />
취급해주는 것이 좋았다. 거칠기는 해도 휘문이 화화를 무척 아껴준다는 것도<br />
알고 있었다. 이틀동안 그녀가 자존심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을 때 휘문도 굶<br />
었다는 것을 그가 비록 이야기하지 않았을지라도 화화는 눈치챌 수 있었다. <br />
"왜 아까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지? 설마, 아직도 여길 나가고 싶은거<br />
야?"<br />
휘문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, 화화는 어린아이같은 그가 화화의 대<br />
답에 실망했음을 잘 알고 있었다. 그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. 황궁에서 나고<br />
자란 그녀가 1살 어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휘문보다 더 교활하고, 눈치가 빨랐<br />
다. 그는 싸움을 잘 하고 지혜로울지는 모르지만, 사람을 이용하고 거짓말 할<br />
줄을 몰랐다.<br />
"난 강제로 여기에 끌려온거야. 돌아가고 싶어하는게 당연하잖아? 날 보내줘.<br />
그럼 여기 사람도 더 이상 다치지 않을거야"<br />
"넌 내 여자야. 내 각시라구"<br />
휘문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. 새벽에 사랑을 나누었으면서도 그<br />
에게서 떠나려는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.<br />
"날 돌려보내줘"<br />
주먹을 움켜쥐며 화화는 쏘아보는 그의 <a href="https://viamedic-center.com/" target="_blank">비아그라</a> 눈빛을 참아내었다. 분노속에 스며있는<br />
슬픔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려 하고 있었다. 사실은 자신이 정말로 돌아가길 원<br />
하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. 황궁에서 그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<br />
없었다. 아리 황녀만이 어쩌면 그녀를 그리고 있을 뿐이리라.<br />
"안돼! 넌 내거다. 휘문의 여자야. 절대 돌려보내지 않아"<br />
절규하듯 소리를 뱉어낸 휘문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화화를 거칠게 끌어안아<br />
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. 혹시나 그녀가 반항할까 두려워 근육을 잔뜩 움츠렸던<br />
그는 화화가 부드럽게 안겨오자 긴장을 풀면서 그녀를 데리고 움막안으로 들어<br />
갔다.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한 여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. 이제 그에게도 가<br />
족이 생겼다. 휘문은 새벽에 안겨오는 화화의 육체가 없이는 이제 잠을 잘 수<br />
없다고 생각했다.<br />
아침에 잠을 깬 화화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옆자리를 보고 그가 떠났음을 알았<br />
다. 그는 황군을 물리치러 마을 청년을 이끌고 간 것이다.<br />
부처님... 제발, 그를 살려주세요<br />
화화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그에 대한 기원을 부르짖고 있었다. 황군의<br />
무서움을 화화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. 휘문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.<br />
난 무등산의 왕이야. 이곳엔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. 풀한포기의 위치조차도 난<br />
다알아!<br />
어린아이처럼 자랑하던 휘문을 떠올리며 화화는 벽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피<br />
리를 품에 안았다.<br />
언제였을까...<br />
어린아이같이 천진난만한 그의 성품 때문에 화화는 그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<br />
리고 있었다. 처음 느낀 절망은 사라지고, 그를 달래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<br />
희망이 가득했다. 게다가 그는 그녀를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후로, 그녀의<br />
손을 잡거나 가끔 신기한 듯 그녀의 머리를 만지기는 해도 그이상의 심한 행동<br />
은 하지 않았다.<br />
마을 아이들을 훈련시킬때나 자기 또래의 다른 전사들과 훈련을 할 때의 호탕<br />
한 웃음과 가끔씩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묘한 자극을 일으키며 화화는 몰래 그<br />
의 모습을 훔쳐볼때도 있었다.<br />
그는 뭐가 그리도 좋은 것일까...<br />
화화는 그의 행복에 찬 표정이 부러웠다. 그녀는 한번도 그처럼 그렇게 화끈하<br />
게 웃어본적이 없었다.<br />
그런데, 일주일이 지난 어느날밤, 포근하고 안전한 느낌이 사라졌다. 은색달이<br />
살짝 들어와 움막의 한쪽에 빛웅덩이를 만든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, 화화는<br />
알수 없는 힘에 이끌려 움막을 나섰다. 희미하게 어디선가 아주 구슬픈 피리 소<br />
리가 들려왔다.<br />
마을이 끝나는 위치의 넓은 '마르'의 물결위로 우뚝 솟은 회색빛 바위위에 그가<br />
있었다.<br />
즐거워 못 견디겠다는 듯 활짝 웃기만 하던 그가 은색의 달빛 아래 처음보는<br />
서글픈 표정으로 피리를 부르고 있었다.<br />
진한 외로움.<br />
화화가 황궁에서 어쩌다 잠에 깨어나 적막한 고요가 감도는 황궁을 보며 느꼈<br />
던 바로 그 감정이었다. 그와 그녀는 동류다. 그에겐 가족이 없었고, 그녀에겐<br />
그녀를 사랑해줄 사람이 없었다.<br />
화화가 왔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피리에 심취한 채, 그는 자연과 동화되어 한폭<br />
의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았다.<br />
"화화... 깼구나"<br />
막 돌아가려고 뒤돌아서는데 밝은 휘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피리 소리가 끊기<br />
고 그가 달려왔다. 낮에 보던 환한 모습. 은빛 달을 등지고 서 있는 그를 보고<br />
그제서야 화화는 그가 자기에게 무얼 바라는지 알았다. 그는 가족을 원했다. 자<br />
다 문득 세상에 혼자만 있다는 외로움을 그녀와 함께 떨쳐버리고 싶어했다.<br />
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, 공동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지 밖이 소란해<br />
졌다. 그러나 화화는 점심도 굶은채, 계속 휘문의 움막안에만 머물러 있었다. 그<br />
가 걱정되어 몸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. 그가 돌아오기 전까진 움직일 힘이 없<br />
었다.<br />
"황녀님, 계시오?"<br />
방화촌에서 마을 장로들만이 황녀에게 존칭을 썼다.<br />
화화는 머리를 매만지면서 피리를 등뒤로 숨겼다. 잠시후, 휘장이 걷히면서 무<br />
햐가 들어왔다.viamedichttp://www.blogger.com/profile/11798501693732897950noreply@blogger.com28